두루마기가 만들어진 것은 1942년 정도였고, 원래 옷의 주인은 저보다 7살 위 오빠였대요. 그 오빠 어머니는 옹주님이셨는데 옹주님의 부친은 이강 공이시고, 모친은 상궁, 남편은 남작이셨대요. 그 댁에 자손이 아들 하나인 관계로 저를 수양딸로 삼으시고 두루마기 이외에 한복도 여러 벌 만들어 주셨어요.
당시 우리 집은 수송동(1943~1948)에 살았는데, 옹주님 댁과 대각선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오가며 가족처럼 지내셔서 저도 그 댁에 자주 놀러 갔었다고 하네요. 옹주님 댁은 상궁님께서 워낙 정갈하셔서 걸레도 용도에 따라 7가지로 나뉘어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이유로 제가 어려서 말도 잘 하지 못하고 겨우 걸음마를 하기 시작했을 때 놀러 가면 마루에 올라가기 전에 발바닥을 꼭 보여드려야 했고 청결을 확인한 후 올라가도록 허락해 주시곤 하셨대요. 식사를 할 때도 제가 밥 먹다가 흘려서 얼룩지는 일이 없도록 밥상 밑에 백지를 깔아 놓으셨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예뻐해 주시니 돌 복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셨어요.
그런데 돌 복이 부정이 타서 제가 힘든 일을 겪었대요. 돌이 되기 3일 전에 집에 옷이 도착했는데, 그 이후부터 제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하여도 원인은 알 수 없고 점점 악화 되었대요. 그러던 중 어른들의 권유로 만신을 찾아 갔더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듣게 됩니다. 글쎄 돌 복에 총각귀신이 붙어 있었다고 하더랍니다. 결국 만신이 가르쳐준 비방대로 한지에 그 돌 복을 싸서 북쪽 화장실 지붕 위에 올려다 놓았더니, 그날 밤 그 총각귀신이 와서 옷을 찾아가고 저는 점차 몸 상태가 나아졌다네요. 원래는 그렇게 부정 탄 옷은 불에 태워 버려야하는데 워낙 예쁘게 만들어 주신 옷이라 차마 버리지는 못하셨대요.
그 후로도 청두루마기는 10살 정도까지 명절에는 언제나 입었고, 저의 아이들에게도 물려주어 간직하고 있다가 이 옷이 더 오랫동안 보존되기 염원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에 기증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