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외할머니가 수 놓으셨던 굴레, 수저집, 베갯모, 조각보 등 모두 12건 34점의 유물을 경운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외할머니는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미술공부를 위한 유학을 가셨다가 1학년에 결혼하셨다. 학교에서 가정 선생님을 하라고 추천이 들어올 정도로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고 한다. 딸 하나에 아들 둘을 두어 지극한 사랑으로 자식들 키우고 살림에 전념하는 일생을 사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의 수의는 당신의 어머님이 마련해 준 결혼 예물 옷감으로 해달라 부탁하여 그때까지 간직하셨던 고운 모시로 안을 대고 겉은 베로 지은 수의를 해드렸다. 80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바느질을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할머니의 수는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의 수와 달리 문양이 독특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더구나 미술을 전공할 정도로 미적인 감각이 있으셨으니 조각보의 색감, 디자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끔씩 할머니의 솜씨를 혼자 즐겼으나 오래도록 보관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향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가족의 의견을 모아 경운박물관에 기증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할머니도 저세상에서 당신의 솜씨가 보물이 되어 남게 된 것을 기뻐하시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