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자 59회

양장미인을 그리며

엄마와 함께
엄마와 함께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좀 뚱뚱한 편이었다. 그런데 날씬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옷 몇 벌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으셨나 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키도 크고 날씬했던 우리 엄마는 멋진 양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으셨는데 이 하이힐은 한 번도 못 신으셨단다. 어느 일요일 온 가족이 외출을 하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안 나간다고 하시더란다. 알고 보니 하이힐 신은 엄마가 아버지보다 키가 더 커진 탓이었다. 한 번도 못 신어 본 이 하이힐을 오랫동안 간직해 오셨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쇼트컷을 해 전세계에 유행이 되었을 때 엄마도 쇼트컷을 하셨다. 짧은 머리를 하고 깃 세운 낙타코트에 하이힐을 신고 살짝 포즈를 잡았을 엄마를 상상해본다. 그 하이힐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지만 낙타코트는 가끔 거풍할 때 보였다. 아마도 마지막 정리를 하시는 중 이 멋진 코트를 세탁해 오신 모양이었다.


20년 전이니 나도 그때는 지금보다 날렵할 때라 입어 보니 너무 멋져서‘내가 입을께’하고 가져 왔는데 결국은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몇 번의 이사 중에도 트렁크에 잘 넣어 간직했던 코트를 꺼냈다. 여전히 당장 입고 나가도 손색이 없는 코트. 올해 63세인 내가 태어나기 전 입으셨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 코트를 경운박물관에 보내야겠다. 나보다 더 귀하게 간직해 줄 곳으로.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경운박물관 <아름다운 기증, 소중한 모음 ll> 전시를 기해서 밀린 숙제처럼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일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16년 되었으니까(아직도 엄마는 엄마라고 해야 실감이 난다) 20년 전 쯤의 일이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손수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으셨는지 수십 년 사시던 큰 집을 떠나 시골로 가신다고 집을 짓고 하실 무렵이었다. 하루는 친정에 가니 엄마가‘이거 약간 좀이 슬었는데’하며 내보이시는데 아주 오래된 그러나 새로 세탁을 한 낙타코트였다. 어려서 가끔 보여주시던 코트였다. 낙타색이어서 낙타코트인 줄 알았는데 낙타털로 만든 코트란다. 실제로 엄마가 입으신 걸 본 기억은 없지만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며 보여주셨다. 앞코가 뭉툭한 꽤 높은 하이힐과 함께.


우리 집은 6.25 때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일본으로 가게 되어 동경에 정착해서 그 곳에서 오빠와 언니를 학교 보내며 살게 되었다. 엄마는 일본 옷이나 한복을 입기가 마땅치 않으셨던 터라 일찍이 양장을 하셨고 이제 아이는 그만 낳으려고 꽃꽂이도 배우시고 미용학원도 다니셨단다. 그러다 아이가 생겨서 낳게된 막내딸이 나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좀 뚱뚱한 편이었다. 그런데 날씬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옷 몇 벌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으셨나 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키도 크고 날씬했던 우리 엄마는 멋진 양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으셨는데 이 하이힐은 한 번도 못 신으셨단다. 어느 일요일 온 가족이 외출을 하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안 나간다고 하시더란다. 알고 보니 하이힐 신은 엄마가 아버지보다 키가 더 커진 탓이었다. 한 번도 못 신어 본 이 하이힐을 오랫동안 간직해 오셨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쇼트컷을 해 전세계에 유행이 되었을 때 엄마도 쇼트컷을 하셨다. 짧은 머리를 하고 깃 세운 낙타코트에 하이힐을 신고 살짝 포즈를 잡았을 엄마를 상상해본다. 그 하이힐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지만 낙타코트는 가끔 거풍할 때 보였다. 아마도 마지막 정리를 하시는 중 이 멋진 코트를 세탁해 오신 모양이었다.


20년 전이니 나도 그때는 지금보다 날렵할 때라 입어 보니 너무 멋져서‘내가 입을께’하고 가져 왔는데 결국은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몇 번의 이사 중에도 트렁크에 잘 넣어 간직했던 코트를 꺼냈다. 여전히 당장 입고 나가도 손색이 없는 코트. 올해 63세인 내가 태어나기 전 입으셨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 코트를 경운박물관에 보내야겠다. 나보다 더 귀하게 간직해 줄 곳으로.


경운박물관

06324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29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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