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김광한,1921년생)께서 어릴 적 입으시던 옷을 기증하고자 합니다.
이 옷은 경운박물관에서 열린 2005년 <옛 어린이 옷-그 소중한 어여쁨> 전시와 도록을 통해서 이미 김 씨 집안 아동복으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집안은 조선 말기 사대부가의 후손으로 본가가 종로구 계동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아버지가 어릴 적 입으신 옷들은 궁녀들이 궐 밖에 나와 궁내의 바느질 솜씨를 발휘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독자여서 배냇저고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옷들을 오랫동안 보관해 왔는데, 그 중에서 오색동다리와 색동저고리는 한 땀 한 땀 천을 이어 색동을 만든 것입니다. 다른 옷과는 달리 푸른 깃에 붉은 고름의 조화로운 보색 대비로 한층 멋을 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여름에 태어나셔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여름옷이 많습니다. 십오륙세에 입으셨던, 사대부 옷의 형상을 본뜬 여름 두루마기는 참으로 호사스럽습니다. 특히 궁내와 궁 밖의 솜씨가 다른 금박이 지금껏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아버지의 어였을 때 첫 임무가 능참봉이셨는데 그 옷들은 아마도 직책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