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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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자 간재 전우가 사용했던 쓰개는 모시에 검은 선을 둘렀다

언론매체 :경운박물관 | 게시일게시일 : 23-05-0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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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공동기획전 '소색비무색(素色非無色), 흰옷에 깃든 빛깔'서 선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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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출신 간재(艮齋) 전우(田愚, 1841-1922) 선생은 어떤 쓰개를 살고 살았을까.

'간재 전우(부안청자박물관 소장 )초상'은 조선 말기 성리학자의 초상으로 백색 학창의를 입고 머리에는 흑색 장보관을 썼다. 사용했던 쓰개는 모시에 검은 선을 두른 점이 특히 돋보인다. 20세기 초반에 쓴 그의 쓰개는 삼베로 만든 감투 형태가 많았다. 이 모두가 전봉희씨가 기증한 유물이다.

3층 정자관 형태의 쓰개로 그가 쓰던 사대부 관모(높이 25cm, 지름 27cm)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모시에 검은 선을 둘러 만들었다. 장보관 형태의 삼베 쓰개로 쓰던 간재 전우가 착용했던 모자(높이 24cm, 지름 26cm)도 있다. 내모(內帽)에 뒤에서 옆까지 외모(外帽)가 둘러진 형태다. 그가 상투 위에 썼던 생모시 관(冠)으로 심의, 복건과 함께 착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검은 삼베로 오량관(五梁官)의 양(梁)에 해당하는 세로 무늬를 넣어 짜고 양 옆에 끈을 달아 묶게 했다.(높이 23.5cm, 지름 27cm, 끈길이 91cm. 끈너비 1.5cm)

모시 쓰개의 일종(높이 20.5cm, 지름 27cm)도, 삼베로 만든 감투 형태의 쓰개(높이 18.5cm, 지름 27cm)도 보인다.

‘전주이씨(1850-1940)의 모습’은 1900년경의 것으로 심재완씨가 자료를 제공했다. 이는 기증자의 시증조모님으로 소색 털배자와 치마저고리를 입었다. 단정한 옷차림에 소색 머릿 수건을 착용한 모습이다.

이들은 국립민속박물관과 경운박물관은 20일부터 12월 30일까지 경운박물관에서 ‘소색비무색(素色非無色), 흰옷에 깃든 빛깔’ 공동기획전에 선보인다.

흰옷을 즐겨 입은 우리 민족의 문화상을 보여주면서 백의의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올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현재의 자리로 이전 개관한 지 30주년, 경운박물관의 개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번 K-museums 공동기획전은 두 박물관의 의미 있는 해를 기념하고 K-컬처의 리더(leader) 역할을 하는 우리 옷에 관해 재조명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2년부터 공․사립, 대학박물관 등과 함께 K-museums 공동기획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협업 박물관의 전시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모시 두루마기’ 등 190여 점의 복식 자료를 통해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은 우리 민족의 문화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백의(白衣)의 의미를 살펴본다.

엄밀하게 따지면 백의(白衣)는 흰색이 아니라 소색(素色)이다. 소색이 정확한 표현으로, 소색은 원료 섬유가 지닌 천연의 색을 뜻한다. 예로부터 백의는 염색하지 않은 명주, 모시, 삼베, 무명 등의 직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직물 본연의 색을 띠고 있는 백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흰색이 아니다. 전시장은‘칡직물’, ‘대마직물’, ‘견직물’, ‘면직물’ 등 다양한 소색의 직물이 펼쳐져 있으며 이를 통해 백의 본연의 색을 마주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직물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과 ‘누에고치’, ‘목화솜’, ‘삼껍질’ 등 직물의 원료도 전시장에 꾸려 놓아 소색의 근원을 접해 볼 기회를 마련했다.

흰색은 순수, 결백, 청렴, 절제 등을 상징하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선호했다. 선비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고 백자 문방구를 두고 학문에 정진했다. 당시대다수의 백성 역시 흰옷을 입었다. 이 때문에 조선의 거리에는 백의가 많았고 개항기 외국인의 여행기에는 흰옷의 물결이 인상적이었다는 기록이 다수 보인다.

1927년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의 복장(朝鮮の服裝)’에는 조선인 복식의 80%가 백의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흰옷을 즐겨 입었고,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불렸다.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면 ‘화성능행도병풍(華城陵幸圖屛風)’, ‘흥선대원군 사진’ 등 조선시대 그림과 근현대사진을 활용해 만든 영상을 통해 백의민족으로 불린 조상들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명주 저고리’, ‘무명 저고리’, ‘삼베 단령’, ‘모시 두루마기’ 등을 통해 백의의 재료적 다양성과 아름다움도 만끽해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리한 경복궁 주변에서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을 쉽게 만날수 있다. 한복 차림으로 주변 관광 명소를 거니는 우리의 젊은이들 역시 많다. 이처럼 한복은 박물관 속 전시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금도 우리가 친근하게 입고 즐길 수 있는 옷이고 K-컬처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전시장은 가상 착장 소프트웨어(software)를 활용, 전시 자료를 아바타(avatar)에 입혀 소색옷의 현대적 해석과 미학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이종근기자